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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품앗이
유수진 시민기자
[2014-04-30 오후 12:15:00]
 
 

나는 초등학교 때 도시락을 싸서 들고 다녔다. 지금이야 학교 급식이 있어서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되고 엄마들의 부담도 없지만 예전에는 도시락을 매일 싸느라 엄마들도 힘들었고 아이들도 들고 다니느라 불편했다.

4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반찬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유독 한 아이가 점심시간마다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계속 되다 보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셨다. 도시락 통을 하나 사 오신 다음 아이들에게 번호대로 하루씩 돌아가며 그 아이의 도시락을 싸 오라는 것이었다.

먼저 반장이 그 도시락 통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아이의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어 두었다. 아이들은 그 도시락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무슨 반찬을 싸 왔는지 궁금해 했다. 특히 소시지나 멸치 볶음 같은 맛있는 반찬을 싸온 날이면 누가 싸온 도시락이냐며 호들갑을 떨기까지 했다.

그렇게 도시락 품앗이가 이어졌다. 그 아이가 밥을 다 먹고 다시 책상서랍에 도시락을 넣어 두면 다음 번 아이가 집에 갈 때 도시락을 가지고 갔다가 다음 날 싸 와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식이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고 나는 혹시라도 그 아이가 불편할까봐 그 아이가 집에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도시락을 꺼내 집으로 가져갔다. 엄마는 좋은 일이라며 기꺼이 내 도시락과 그 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엄마에게

“반찬 맛있는 거로 싸 줘야 해. 애들이 다 궁금해 한단 말이야.”

라며 철없는 소리를 했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자 누군가 자신의 차례를 지키지 않는 아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순서가 엉망이 되면서 도시락 품앗이는 흐지부지 되었고 그 아이는 다시 점심시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비록 내가 반장은 아니었지만 나라도 나서서 다시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다면 도시락 품앗이가 학 학년 동안 계속 될 수 있었을까?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군포신문 제698호 2014년 4월 28일 발행~2014년 5월 7일>


군포신문(gunp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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