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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이근숙 시민기자
[2014-10-21 오전 10:44:00]
 
 

한두 번 더 입을까 옷걸이에 걸어 둔 여름옷을 정리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 낮의 열기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방울이 맺혔건만, 창밖에는 촉촉하게 비가 내린다. 여름비라고 이름 붙이기엔 어색하고 가을비라 말하기엔 이른감이 있다.


 가까이 보이는 진초록 나무들은 가을 준비를 아직은 미루는 것 같이 보이지만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도 지났으니 울긋불긋 새 옷 마련 준비가 바쁠 것이다. 아파트 화단의 대추도 볼을 붉히고 푸르던 땡감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 주황색 단장이 한창이다. 못난이 모과는 마지막 향기를 끌어 모으느라 힘이 달리는지 얼굴색이 노르댕댕하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잡초도, 자잘한 풀꽃들도 저마다 씨주머니가 볼록하다. 산들산들 마음 넉넉한 가을바람이 곁을 스치면 씨앗은 키우고 보듬어준 어미를 떠나 날개를 펴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할 것이다.


 이제 한 여름 더위에 혼이 나간 사람들도 조금씩 애수의 눈빛으로 변하고 끈적끈적한 마음도 한결 보송해지는 것을 느끼며 지난 일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숨 막히는 더위가 있으면 오돌오돌 웅크릴 때도 있지만 지금은 ‘시월’이란 단어만 웅얼거려도 상큼하다.


 사람살이에도 시월은 있다. 어느 때는 불시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련이 닥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한 자잘한 기쁨의 한 순간이 스치기도 했다. 살아가는 과정에 시시비비로 마음 편치 못할 때가 있는가하면 때론 선의의 손길도 스칠 때도 있었다.


 더울 때는 몸에 걸치기도 짜증스럽던 얇은 여름옷이 썰렁해 어느새 긴 팔 옷을 입는다. 의복도 챙겨 넣을 것과 입을 것을 선별하는데 마음에 켜켜이 쌓인 오물 같은 감정의 찌꺼기도 털어 낼 것과 간직할 것이 있다. 하늘이 높아진 시월에는 상처 난 마음도 스르르 아물 것만 같다. 연인 같은 살가운 계절이다. 금방 떠나기 전 마음결도 빗어내려 가지런히 간추릴 생각이다. 시월이 가기 전에.    

군포신문(gunp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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