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가 부족합니다. 예산을 먼저 세워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너무도 황당한 요구다. 의원에게 구체적 사업내용도 설명하지 않고 예산부터 달란다.

작년 12월 의원실을 찾아온 정책감사실장의 첫마디였다.

임용된지 불과 2~3일밖에 되지 않은 실장의 황당한 요구.

일은 하고 싶고 행정의 절차상 예산안을 구체화 시킬 수 없으니 우선 믿고 에산부터 달라는 요구에 잠시 고민도 되었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작년 10월 100인위원회팀이 만들어지고 협치 관련 교육도 하고 벤치마킹도 다니고 무엇보다 협치 기구를 만들기 위해 민관TFT도 만들어 시민사회와 함께 하려는 의지가 나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그동안 행정은 보통 속전속결이었다. 결심하면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밀어붙이기의 진수를 보여주었었다. 최소한 지난 4년간 초선의원으로 내가 보아온 우리 시의 행정은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시민과 같이 고민하려 했고 공감하며 함께 풀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민관TFT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예산을 허투루 쓰거나 불필요한 사업은 제어할 수 있다’는 나 나름의 안전장치도 믿음의 근거가 되었다.

1월 어느 날 정책감사실장이 다시 찾아왔다. 당초에는 조례를 2월에 만들고 5월에 100인위원회를 출범을 목표로 진행 했으나 ‘조례를 만들고 100인위원회를 구성하는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일정을 늦출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협치, 처음 가보는 길이니 그 길에 돌다리 하나하나 제대로 놓으며 가겠다는 말에 진정성이 느껴져서 “시장님은 어떤 생각이시냐?”고 되물었다.

‘시장님도 천천히 만들어져도 좋으니 제대로 된 협치기구를 만들어달라’고 말씀하셨다는 말을 듣고 시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협치를 시작하기 위해 시민사회, 전문가, 그리고 행정과 의회가 참여하는 100인위원회 조례제정을 위한 민관TFT가 구성되어 매주 회의와 벤치마킹 등을 통해 협치 기반마련을 위해 제도의 초안을 준비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협치활동 강사양성과,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이 진행되었다.

또한 민관TFT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조례 초안은 3차례의 시민공청회를 통해 시민들과 문구 하나하나 합의하며 조례안을 확정했다. 4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을 통해 시민들과 합의한 조례안이 확정되는 그동안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지난 7월 25일 군포시는 ‘2019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시민참여·마을자치 분야 우수상을 수상했다.

메니페스토 경진대회에 시민대표와 함께 발표자로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시의원인 내가 나가서 발표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거절을 했으나, 결국 “협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회에서 시민대표와 함께 발표를 하는 것이 모양도 좋고 의미 전달도 더 확실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설명에 그도 그럴 것 같아 발표자로 나갈 것을 수락했다.

발표주제인 ‘민관협치를 위한 100인위원회 구성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조성’이 100인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어 결과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준비과정을 발표하는 것이어서 부담도 됐지만 군포시의 협치에 대한 진정성을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고,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 우수상까지 받게 되었다.

이후에 구성될 2개의 당사자분과와 시장추천 몫을 제외하고 56명의 100인위원회 위원을 공개모집했는데 236명이 신청을 해서 9월 9일 공개추첨이 진행되었다.

추첨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군포경찰서 경찰관 외 3인이 함께 진행하고 추첨과정을 고재영빵집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추첨과 시장추천 몫을 통해 확정된 위원들을 대상으로 협치의 인식과 역할에 대한 교육이 양일간 진행되고 교육 마지막 날 임원선출도 완료되었다.

이제 100인위원회가 8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시민이 행복한 군포를 만들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

나는 지난 봄부터 우리 시가 협치를 위해 시민과 함께 준비해가는 진정성 있는 과정에 함께 하고 지켜보면서 군포시의 협치가 성공 할 것 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군포형 협치의 성공적 모델이 군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는 그런 날을 꿈꾸며 그 과정에 의회도 적극적 응원자로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