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 여행 중 Puffing Billy를 가는 날이였다.
멜번 시내에서 Puffing Billy 까지는 한 시간 거리였고, 6월 15일이면 한국은 여름에 접어 들었지만, 멜번은 겨울이라 아주 쌀쌀했다.
가는 내내 기대 이상으로 여기저기 눈에 띄는 고풍스러운 풍경에 설레였고 여행의 참 맛이 느껴졌다.
퍼핑빌리에 도착 후 100여년 전 석탄을 실제로 나르던 증기 기관차를 탔다. 증기기관차는 관광객들을 위해 약간의 개조를 하여 양쪽 창으로 풍경을 감상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창밖 경치를 감상하며 소리도 지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며 아름다운 풍경에 눈과 마음을 뺏겼다.
우리가 탄 기관차 칸에는 거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다. 나와 아들팀, 가족팀, 연인팀,
그중 눈에 띄는 가족팀은 부부와 딸, 아들과 친정부모님처럼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한 팀이였다. 이 가족이 눈길이 간 이유는 친정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부러운 마음이 앞섰고 일곱 살 정도 되는 아들의 모습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아들은 풍경이 바뀔 때마다 감탄을 하며 탄성을 질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마냥 드러내는 모습이 참 예뻐 난 절로 미소를 지었었다.
나는 기차 밖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 찍고 있을 때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엄마, 나도 이런 데서 쩌런(저런) 이쁜 집에서 살고 싶어"
아이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바로 대꾸를 했다.
"쩌런(저런) 집에서 살려면 꼭 의사가 되어야 돼. 니가 의사 되면 엄마가 여기 와서 니 뒷바라지 해 주면서 살게 알았찌!"
엄마의 말에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은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남의 소리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아들과 엄마의 대화를 듣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의사가 돈 잘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이라고, 아무리 이게 현실이라고 해도.......
의사가 되어야만 예쁜 집 짓고 살 수 있을까?
왜 엄마의 삶은 아이를 뒷바라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걸까?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저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아이는 엄마 대답에 어떤 생각을 할까?
나라면 아이의 말에 어떤 대답을 했을까?
짧은 시간에 수 없이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한국에서 호주 멜번까지 비행기 직항으로 약 12시간, 멜번에서 퍼핑 빌리까지 차로 1시간 좀 넘는다. 많은 시간과 큰돈을 들여 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주고 싶어 여행을 계획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가치관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엄마의 말에 아이는 의사가 되어야만 나의 소중한 엄마가 행복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마의 대답이 가족과 함께한 퍼핑빌리의 특별한 여행이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는 대답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어릴 적 가족여행의 좋은 경험은 살아가는데 행복감이 무엇인지 알고, 삶이 지쳤을 때는 이겨 내는 삶의 에너지로 비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