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친다’, ‘애간장이 녹는다’, ‘살을 에인다’, ‘기가 막힌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이런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려운 문장들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야기의 흐름상 문장의 뜻을 어렴풋이 이해하는 아이도 있고, 모른다고 직접 질문을 하는 아이도 있다.
‘된장찌개’라는 동화책을 들려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분다’는 문장이 나왔다. 아이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는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직접 설명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림과 앞뒤 문장을 다시 읽어주면서 이해를 도왔다. 책 뒷부분 읽을 때 쯤이다 ‘된장찌개는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표현도 나왔다.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기에 이 뜻을 아이들이 이해했을지 궁금했다.
“애들아,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원기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한다.
“된장찌개를 가족들과 먹는데 귀가 막혀서 옆 사람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맛있다는 이야기예요”
“아하, 그래?, 혹시 원기랑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 있어요?”
원기의 대답을 듣고 있던 태윤이가 원기의 대답에 이상했나 보다.
“선생님 그런데요, 맛있는데 왜 귀가 막혀요?”
“그럼, 원기가 대답해 줄래? 원기야, 왜 맛있는데 귀막혀 안 들린다고 생각해?”
“음~ 몰로겠다(모르겠다).” 원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가 막힌다’는 표현을 이해 할 수 있도록, 이전 방법대로 책장을 앞으로 돌려 그림과 내용을 다시 읽어주었다.
“아하~ 알았다! 알았다!” 태윤이가 소리쳤다.
“그래? 태윤이가 이야기 해 주세요”
“음~~ 너무너무 맛있어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거예요”
“그렇구나, 그럼 기가 막힌다는 말이 또 어떨 때 쓰는지 알아내면 이야기 해줄래?”
“네!”
아이들 모두 자신 있게 합창하듯 대답했다.
사람은 말을 이해할 때 이미지로 변환시킨다고 한다. ‘사과’를 그림으로라도 봐야 ‘사과’이미지를 떠올리며 이해하듯, 어려운 말을 이해하는 과정도 같은 이치다. 동화책속의 어려운 말도 이야기 흐름을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면서 이해 할 수 있다. ‘기가 막히다’라는 표현은 다른 뜻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낼 것이다. 또 처음에 궁금해 했던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분다’는 문장도 다시 한번 책을 읽으면 머릿속 이미지가 그려져 스스로 이해 할 것이다.
아이가 질문을 하면 우리는 꼭 설명을 해 주어야만 한다고 알고 있고 설명하느라 애쓴다. 그러다 말이 막히고 꼬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비슷한 상황은 반복될 것이고, 아이는 경험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리면서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듣는 경험은 풍성한 이미지가 아이 머릿속에 저장되는 활동이다.